11년만에 찾아온 컨슈머 유니콘 투자 기회?

#1 NfX는 컨슈머에 올인하기로 결정했다

11년만에 찾아온 컨슈머 유니콘 투자 기회?

안녕하세요! 성킴입니다.

저의 첫번째 구독자가 되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낭투파 글에 적어 놓은 것처럼 아직 글 하나 안올라간 공사장에 불과했는데에도 불구하고 찾아주심에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합니다.

낭투파를 2년 반 동안 운영하다 보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저희가 처음에 생각하던 것에 비해 구독자가 많이 늘었더라고요. 물론 낭투파는 낭투파대로 더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끔씩은 많은 분들이 지켜보심에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특히 저는 기술 발전에 따른 컨슈머 영역에서의 투자 기회에 가장 몰두하고 있는데요, 낭투파의 독자들은 모두가 저와 같은 관심사를 갖고 계신 게 아니다보니, 누구한테나 보여줄 정도로 완전히 생각이 영글기 전까지는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는 한계를 느끼곤 합니다. 낭투파 글은 이제 기본적으로 5천자는 넘겨야 할 것 같거든요. 😅

그래서 <실크로드 카멜>이라는 개인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과거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양이 교류하면서 새로운 컨슈머 트렌드가 각지에서 만들어진 것 처럼, 지금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테크가 현시대의 실크로드로 기능하는 듯 하여 이름을 이렇게 지어 봤어요.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낙타처럼 열심히 트렌드를 꼭꼭 씹어 퍼나르겠다는 각오로 시작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 그 전 주에 재밌게 읽었던 컨슈머-테크 관련 아티클이나 뉴스를 조금 가볍게 제 생각 한 스푼 담아 소개드리려 합니다. 가끔씩은 제 개인사나 감정들도 넣어볼게요. 아직 어떤 방식이 최적일지는 모르겠기에, 피드백 주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맞춰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적어주셔도 좋고, 메일(design@man-of.com)주셔도 좋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메일 인박스의 스팸이 되지 않기 위해 잘 만들어 보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컨슈머가 돌아왔다! 그런데 왜 2014년 이후 컨슈머 투자는 엄청나게 어려웠던걸까> - James Currier @NfX

지난 주에 미국의 벤처캐피탈 NfX에서 이 블로그의 시작에 너무 잘 어울리는 아티클을 발행했습니다. 오늘은 그 글에 대한 간단한 요약/번역과 함께 감상을 전해보겠습니다.

Consumer is Back – And Why It’s Been So Hard Since 2014
Consumer software startups struggled for over a decade. Now there’s new opportunity. Here’s what it takes to build the next consumer unicorn.

Before we jump in

NfX는 2015년에 연쇄창업자 5명이 모여 설립한 10년차 VC입니다. 여러가지 특징이 있는데, 다른 무엇보다 VC업을 전개함에 있어서 테크를 굉장히 전향적으로 도입하는 VC로 유명합니다. 자체적으로 제작하여 외부에 퍼블리시한 프로덕트를 4개나 갖고 있습니다.

이름 NfX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의 준말이고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기도 합니다. 얼마나 진심이냐면 네트워크 효과를 강의하는 별도 플랫폼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회사 이름에까지 박아두었으니 더 강조할 필요는 없어 보이기도 하네요. 이 아티클에도 잔뜩 묻어있습니다.

NFX Masterclass Season 1 - Network Effects
11 free episodes. NFX Masterclass S1 is for Founders, CEOs, and startup teams on how network effects drive impactful businesses and how to use them to win.

이번 아티클의 저자 제임스 커리어 (James Currier)는 NfX에서 컨슈머 영역 투자를 많이 하는 파트너입니다. 무려 5개의 회사를 설립하여 4개를 성공적으로 매각하였고, Doordash, Lyft, Patreon 같은 컨슈머 섹터 유니콘들의 엔젤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NfX와 제임스 커리어의 색깔이 가득찬 아티클로 넘어가 요약/번역 해보겠습니다.

Summary

사람들이 이야기하지 않지만, 서구권에서 컨슈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11년동안 사실상 끝난 상태였습니다. 그 이유는 기술의 창(Technology window)이 90% 수준으로 닫힌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위 그림은 어떠한 기술이 등장하였을때 시간에 따라 얼마나 매력적인 사업기회가 열리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기술에 기반한 컨슈머 스타트업들은 전형적으로 오랫동안 창이 닫힌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1990년대 말 : 'Database reading' 스타트업들이 등장했습니다. 아마존, 구글 같은 곳이죠.
  • 2000년대 초 : 'Database writing' 스타트업들이 등장했습니다. 링크드인, 페이스북, 트위터 등입니다.
  • 2000년대 말 : 'Mobile' 스타트업들이 등장했습니다. 우버, 포쉬마크 같은 곳들을 의미합니다.
  • 2010년대 초 : 로빈후드, 도어대쉬 등 막차를 탄 기업들이 있습니다.
  • 2014년~ : 컨슈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위한 기술의 창은 90% 닫혔습니다. 지난 11년간 서구권에서 등장한 컨슈머 소프트웨어 유니콘은 디스코드, 틱톡 그리고 몇몇 게임, 핀테크, 리워드앱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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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에서 서구권을 강조하길래 우리나라도 궁금해서 챗gpt를 괴롭혀 유니콘 중 컨슈머 소프트웨어(게임사, 화장품, 하이브 제외) 유니콘 18개의 연도도 찾아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랑 똑같네요. 벤처호황기는 2020년 전후였지만 실제 그 기업들이 설립된 연도는 모두 2015년 이전이었습니다.
(막판에 유니콘이 대량 등장했던 인도나 중국, 동남아는 다른 트렌드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아무도 컨슈머 소프트웨어의 창이 닫힌 것을 얘기하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합니다. 메타나 우버 같은 큰 회사들이 계속해서 큰 돈을 벌어들였고, 시가총액이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죠.

우리는 완성된 신화를 보지만, 메타는 20년 된 기업이고 우버는 15년 된 기업입니다. 컨슈머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상장시장에서 굉장히 잘 하고 있지만 시드나 시리즈 A 투자자에게는 아니었습니다. 또 사람들이 이 사실을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다른 이유는 이미 컨슈머 영역에 베팅한 창업자나 투자자 컨슈머 영역에 기회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기 때문입니다.

컨슈머 소프트웨어의 창이 닫힌 이유는 무엇인가?

  1. 소프트웨어를 위한 하드웨어 인터페이스가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다.
    1. 인터넷 브라우저의 생김새는 30년간 바뀌지 않았고, 모바일 폰의 생김새는 16년간 변화하지 않았다.
  2. 이 인터페이스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심리적으로/감정적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거의 다 채우는 수준으로 일어났다.
    1.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자리잡은 빅테크(Incumbents 의역)가 커버허지 않는 작은 영역들이며, 거기서 스타트업을 시작한다 해도 곧 빅테크에게 치인다. 안 치인다면 그건 작은 아이디어일 것이다.
    2. 개인적으로 공감되는 포인트인데, 그동안 큰 회사들의 솔루션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다른 곳으로 갈아탈 정도로 불편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충분히 편한데?'
    3.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잡겠다고 만들어진 스타트업이 꽤 많죠.
  3. 빅테크는 방어책이 있기 때문에 당신을 막을 수 있다. (네트워크효과, 스케일, 브랜드, 임베딩)
  4. 빅테크는 그로쓰 채널을 독점하고 있다. (구글의 SEO, 메타의 소셜미디어 등)
  5. 빅테크는 모멘텀을 갖는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복제하거나 막아낼 것이다.
  6. 빅테크는 그들에게 유리한 법을 이미 통과시켰다.

컨슈머 스타트업 펀드레이징을 위한 함의

지난 11년간 VC들은 B2B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로 대거 넘어갔습니다. NfX도 2017년에 B2C와 B2B에 절반씩 투자하려 했지만 결국 B2B에 85% 투자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컨슈머 투자자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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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내에서는 컨슈머 소프트웨어가 끝나는 시점에 미국처럼 미국처럼 B2B SaaS가 그 자리를 꿰차지 못했습니다.누적적으로 B2B 소프트웨어 유니콘은 4개 정도밖에 안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에서 본 것처럼 컨슈머 영역이 지속 성장한 것도 아니죠. 국내에서는 바이오, 소부장, 화장품 그리고 콘텐츠가 그 자리를 살짝 매꾸기는 했었지만, 유니콘이 양산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컨슈머 소프트웨어의 시대

새로운 컨슈머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주요 이유는 당연히 AI입니다. 그리고 다른 기회는 핀테크, 게임, 약간의 (소비자들에게 크립토가 아닌척 연기 할 수 있어진) 크립토에 있죠.

오늘날 컨슈머 소프트웨어 기업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첫번째, AI를 레버리지해야 합니다. 새로운 소비자의 행동, 유희, 니즈, 욕구, 사랑을 찾아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고, 아직 많은 것들이 정복되지 않았습니다. 기회는 열려있습니다.

두번째, 당신은 더 재능있어야 합니다. 디자인, 마케팅, 커뮤니티빌딩, PR, 그로쓰, A/B 테스팅 등에서 모두 재능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컨슈머 영역에서 성공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훨씬 어렵습니다.

세번째, 역사를 공부해야 합니다. 많은 아이디어들은 과거에 시도되었고 왜 그게 안먹혔는지 알아야 합니다.

네번째, 속도. 빅테크는 몇 달만에 당신을 따라잡을 것이고, 100개의 VC가 당신의 경쟁자 6-10개에 투자할 것입니다. 속도는 AI 툴을 활용하여 팀의 규모를 작게 가져가면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섯번째, 당신은 성장의 괴물이여야 합니다. 매주 바뀌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을 계속 팔로우업 해야 합니다.

여섯번째, day 1부터 네트워크 효과를 갖춰야 합니다.

일곱번째, 지역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도시에서 시작하는지는 중요합니다.

여덟번째, 모든 팀원들이 한 오피스에서 근무해야 합니다. 속도가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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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조언 파트에는 리모트 근무, 창업자 능력치, 역사에 대한 공부 등 1세대 창업가 선배로서의 쓴소리도 섞여 있는 듯해 재미있네요. 하지만 얼추 의미있는 포인트가 많다고 느껴지기는 합니다.

Takeaway : 뭔가 다르긴 다르다

NfX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와는 다르게 이제 컨슈머쪽에 올인하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AI의 어떤 포인트가 미국에서 11년만에 컨슈머 영역에 대한 VC 투자를 불러 일으킬 지를 상세하게 적지는 않습니다.

다만 AI 가 Next Big Thing이 맞다면 제가 판단하기에도 '기술의 창' 사이클 상 단순히 취미의 영역(1번)은 확실히 넘어섰고, 소수의 사람들이 기술을 활용하여 부를 축적하기 시작하며(2번), 다수의 사람들이 점차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갖게되는 'Knowledge Diffusion'(3번) 타이밍 사이에 와 있다는 느낌은 받습니다. 그렇다면 창업자나 투자자로서 달려들거나 적어도 눈 뜨고 지켜봐야 하는 타이밍은 맞죠.

제임스 커리어가 제시한 이유 중 인터페이스 상의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지점은 유사한 인터페이스 상에서도 묘하게 소비자의 행동 반경이 변화하는 모습은 보이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폰을 들고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중얼거리기 시작했고(ChatGPT;;),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자율주행 웨이모 택시의 사용량이 lyft를 앞지르기 시작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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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샌프란에 가서 웨이모 택시를 타고 왔습니다. 묘하게 사람보다 안전하게 느껴지고 운전 잘하더라고요.

폰은 여전히 폰이고, 차는 여전히 차지만, 같은 인터페이스 하에서도 AI 침투 하에서 사람들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은 변화하고 있는 것은 자명해보입니다. 이 변화가 어떤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질 지는 아직 선명하게 그려보지는 못하지만,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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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최근 AI에 올인하고 있는 Y-combinator​에서도 비정형적 형태로 컨슈머 영역에서 기회가 열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B2B Vertical AI agent 영역에서 훨씬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보고 있네요. YC는 이미 유명해서 안정적 B2B에 집중하고, NfX는 아직 덜 유명해서 홈런이 나올 B2C에 올인하는 것일까요 😀 (NfX 아티클에 'VC 브랜딩에는 컨슈머 영역 투자만한게 없다'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YC의 토크 영상도 재미삼아 봐보세요. 요즘 영상 퀄이 상당히 좋습니다. 다음주에 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