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선 후보는 어떤 팟캐스트에 출연할까?

#3 뉴욕타임즈는 패스하고, 팟캐스트에 나가 3시간 떠들어 제낀 트럼프

한국의 대선 후보는 어떤 팟캐스트에 출연할까?

안녕하세요, 성킴입니다! 매주 월요일, 테크라는 실크로드가 바꾸는 인간사를 VC의 렌즈로 전합니다. 카멜의 등에 올라타세요 😀

지난 주에는 친할머니의 빈소를 지키느라 메일을 못드렸습니다. 가족이 곁을 떠난 것은 20여년 만인데, 성인이 된 이후에 맞는 첫번째 이별은 여러가지 처음 겪는 감정들을 불러오더군요. 가족과 관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차고, 아이러니하게도 감사함이라는 감정도 가장 많이 느낀 한 주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여러번 했습니다.

이 블로그도 더욱 열심히, 잘 해야하니 다시 기운차리고 이번 주의 이야기를 전해보겠습니다!


팟캐스트? 팟캐스트!

요즘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하고 있습니다. 바로 팟캐스트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아침 8시에 한 시간 동안 떠들어 제껴보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요, 정말 어렵습니다. 이번 주에는 제가 실크로드 카멜에 처음으로 올렸던 글 '11년만에 찾아온 컨슈머 유니콘 투자 기회?'를 갖고 아래 영상과 같이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주의! 재미 없습니다.

솔직히 쉽지 않은데요, (아무도 모르겠지만) 저희끼리는 매 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Iteration & Compounding의 힘을 믿고 끝까지 할 것이기에, 결국에는 잘 하지 않을까요 ㅎㅎ 아직 창피해서 아무한테도 홍보하지 않은 구독자 5명짜리 채널이지만, 카멜 구독자 분들께만 살짝 꺼내봅니다. ('하꼬시절' 서사를 좋아하시는 분이 있으시면 지켜봐주세요!)

이 험난한 길을 시작하는 이유, 그리고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말씀드릴 주제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미디어 업계에서는 지난 트럼프 vs 해리스 대선을 'Podcast Election'이라고 칭하는 곳들이 꽤 있습니다. 정책을 홍보하고 대선주자를 브랜딩하는 과정에서 팟캐스트라는 뉴미디어 수단이 주효했다는 관점이죠. 트럼프와 팟캐스트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고,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요?

아래 Colin & Samir 영상과 하단부에 링크 걸어둔 아티클들을 참고했습니다. 마침 글을 쓰던 와중에 슈카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었네요 🙂

모든 대선은 미디어 지평의 스냅샷이다

VOX Media의 Ray Chao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Every presidential election is a snapshot in time of the media landscape."

그 어떤 엔터테인먼트 행사보다 거대한 대선은 언제나 미디어를 후보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유권자를 설득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죠. 그리고 매 시기 가장 중요한 미디어 수단을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접근한 후보가 결국 승자가 되는 사례를 여러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1960년 최초의 텔레비전 대선후보 토론 (Kennedy vs Nixon)

전미에 최초로 TV 방영되었던 대선후보 토론에서 닉슨은 늙고 땀 흘리는 모습을 보인 반면, 케네디는 잘생기고 정돈된 모습을 보였죠.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케네디 승이었고 TV 토론은 1960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08년에는 오바마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쿨한 이미지를 대선 활동에 얹어냈습니다. 저는 당시에 Black Eyed Peas라는 힙합 그룹을 좋아했는데, 리더 will.i.am이 발매한 (일종의 선거송) it's a new day라는 곡을 백번 넘게 돌려들었습니다. 오바마의 정책은 전혀 모르는 일개 한국 학생이었지만요.

그리고 2024년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2번째 취임으로 끝난 지금, 가장 중요한 미디어 모멘트는 '팟캐스트'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얼마나 출연했나?

the information의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는 4개월간 20개의 팟캐스트에 등장했고, 해리스는 6개의 팟캐스트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재밌는 점은 하나의 팟캐스트도 두 후보를 모두 출연시키지는 안했다(혹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팟캐스터들이 정치적 견해에 대해 disclaimer를 달긴 했지만, 두 후보는 명백히 이미 자신의 색깔이 가득 담겨있는 팟캐스트를 찾았습니다.

트럼프는 팟캐스트 왕으로 불리는 남성미 가득한 Joe Rogan 팟캐스트에서 무려 3시간 동안 떠들고 3,300만뷰에 달하는 유튜브 조회수(현재는 5,500만)를 기록했습니다. 또 미국의 유명 실리콘밸리 투자자 4명이 운영하는 All-in에서 다양한 정책에 대한 본인의 뷰를 밝히기도 했죠. 이는 트럼프가 당선 전후로 실리콘밸리 테크씬과 맺는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해리스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듣는 팟캐스트 1위로 알려진 Alex Cooper의 Call Her Daddy에 출연하여 트럼프의 반 낙태 정책에 대해 꼬집었습니다. 또 두 명의 전 흑인 NBA 선수가 호스트하는 All the smoke에서 농구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정량 성적표 비교: 압도적 트럼프 승!

일반적으로 영상을 동반한 팟캐스트는 애플, 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플랫폼에 동시 송출되고는 하지만, Colin & Samir가 유튜브의 조회수 수치만 비교해보았을 때에도 드라마틱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트럼프는 총합 1억 2,40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해리스는 고작 총합 400만 뷰에 불과했죠. 또 트럼프는 16시간 이상을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 반면, 해리스는 4시간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미디어 노출도의 결과가 대선 결과에 얼마나 직접적인 타격을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미디어 싸움에서는 트럼프가 대승을 거두었음은 자명해보입니다.

Colin & Samir

레거시 미디어는 이제 안녕

대선주자들이 단순히 팟캐스트에 많이 출연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레거시 미디어를 등지고 뉴미디어로 향했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레거시 미디어를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The New York Times, PBS, NPR, The Washington Post는 이번 대선에서 후보를 인터뷰 하는데에 실패했습니다. 이들은 대선 주자들이 팟캐스트에서 떠든 내용을 기사화 시키는데에 그쳤죠.

1968년부터 이어진 CBS의 60 minutes는 대선주자들이 거쳐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인터뷰 코너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인터뷰에 대한 출연을 거부했고, 해리스가 진행한 인터뷰 편집을 비판하기까지 했죠.

레거시 미디어를 등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1. 애초에 도달범위도 줄어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레거시 미디어는 '넓은 도달범위', 뉴미디어는 '니치한 타겟 오디언스'를 특징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전히 통상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레거시 미디어의 도달범위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6년 트럼프의 CNN 인터뷰는 124만뷰를 기록했으나, 2024년 CNN과 진행한 인터뷰는 92만뷰에 그쳤습니다. (줄어들은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조 로건 팟캐스트는 5,500만뷰였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1. 까다로운 인터뷰어를 만나기 싫다

레거시 미디어 인터뷰는 대선 캠페인 홍보관들의 악몽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비판적인 질문을 쏟아부었고, 대통령의 말실수는 박제되어 전방위적인 타격을 입히기도 했죠. 하지만 이제 대선주자들은 인터뷰어를 고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자신의 정책적 색깔에 맞는 인터뷰어를 선택하고 보다 협상력있는 입장에서 유리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에 대해 NPR의 뉴스국장은 '미국 국민들이 대선 주자가 챌린지 받는 것을 볼 권리가 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왜 팟캐스트를 찾을까?

많은 뉴미디어 수단 중에서도 팟캐스트가 가장 중요한 미디어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1. 일단 엄청 성장했다
모든 카테고리에서 성장중인 미국 팟캐스트 시장

근 몇 년 간 미국에서는 팟캐스트 시장이 미친듯이 성장했습니다. 팟캐스트의 성장 유인을 두고 긴 자가용 이동시간, 퇴근 후 유흥거리의 부족 등이 제시되었고, 이 이유들은 그대로 뒤집어 한국에서 팟캐스트가 흥행하지 못하는 이유로 여겨졌죠. 한국은 운전을 통한 이동시간도 짧고, 놀거리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유튜브 생태계의 생김새를 보면 이미 팟캐스트 시장이 라이브스트리밍 시장을 기반으로 촉발되면서 점점 커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이미 슈카월드나 침착맨은 듣는 콘텐츠의 경지에 들어섰고, 최근에 저는 건축가 유현준 교수님이나 영화 평론가 이동진님의 30분 내외 콘텐츠를 배경음악처럼 잔잔히 깔아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진짜 오리지널 팟캐스트 폼을 가진 시리즈들이 등장하고 있죠.
  1. 타겟 고객에 가장 가깝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팟캐스트는 그 호스트의 성향이나 콘텐츠의 종류로 인해 이미 특정한 데모그래픽의 청취자를 모아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VC 팟캐스트인 All-in은 혁신 지향적이고, 테크 중심적인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채널이죠. 트럼프가 테크씬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기에는 여기에 출연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곳은 없을 것입니다.

이는 동시에 이번 Podcast election이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케팅의 관점에서는 너무나 ROI 높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원리를 갖고 있지만, 대선 주자가 이렇게 편향적인 행보를 보여도 되냐는 것이죠. 추후에는 반대진영이 좋아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하여 정면으로 부딪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까요?

  1. vulnerability(취약성) & authenticity(진정성)

위의 특성이 전반적인 뉴미디어의 포맷에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면, 팟캐스트 만이 특징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은 Vulnerability와 Authenticity입니다. 취약성이라는 특성이 피해야할 이유가 아니라 선택되는 이유라니, 개인적으로는 꽤 흥미롭습니다.

팟캐스트는 포맷의 특성 상 적어도 1시간 동안 편집되지 않는 상태로, 날 것의 본인을 노출시켜야 합니다. 통상적인 뉴스 인터뷰 포맷은 꽤 정돈되어 있고, 통제된 환경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팟캐스트는 굉장히 친숙한 환경에서 밑바닥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고, 무편집의 상태에서 보이는 비속어, 말실수, 침묵이 오히려 출연하는 사람에 대한 진정성을 키워 팬이 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조 로건 팟캐스트를 본 사람들은 3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트럼프를 받아들이거나 내칠 권리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죠. 팟캐스트라는 콘텐츠 포맷에 가장 많이 붙는 단어는 Live, Unedited, Raw, Incredibly long 같은 것들입니다.

침착맨의 외줄타기 이론이 생각납니다

  1. 짤 생성기

또 하나의 재밌는 특징은 영상 형태의 팟캐스트가 짤 생성기로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긴 시간 떠들다보면 여러 사람들이 팟캐스트의 한 구다리를 잘라 바이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천 소스로 쓸 수 있다는 것이죠.

심지어 레거시 미디어의 기자들도 팟캐스트에서의 언급을 기사 소스로 사용하곤 합니다. 과거에는 large media에서 niche가 퍼가는 형국이었다면, 이제는 niche media의 이야기를 large media가 퍼가는 형국으로 바뀐 것이죠. 런닝맨에서 쓰기 시작하면 죽은 밈이라는 썰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Takeaway : 다음 한국의 대선주자는 어디로 향할까?

솔직히 머리 속에는 각종 정치 유튜버가 스쳐 지나갔습니다만.. KPOP 아이돌이 사생팬에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생명력이 줄어드는 모양새이겠죠. 한국에서도 타겟 오디언스 군에 따라 넓은 스펙트럼으로 사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잇섭 채널에서 테크 얘기하는 대선주자나, 뷰티 채널에서 여성정책에 대해 얘기하는 후보를 상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서는 팟캐스트가 잘 발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포맷이 지배하고 있기에 팟캐스트와 성질이 유사한 (오히려 더 익스트림한) 콘텐츠 채널은 무수히 많습니다. 한국의 대선주자가 유튜브 라이브에 등장할 정도로 스릴 넘치는 선택을 할지에 대해서는 상상이 잘 안됩니다만, 또 동시에 그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꽤나 파급력이 엄청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Podcast election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사실은 '뉴미디어의 본질은 슈퍼팬'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낭투파에 쓴 KPOP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뉴미디어의 1) 글로벌 오디언스, 2) 개인화 알고리즘, 3) 무한 상호작용은 지속적으로 강한 stickiness 를 갖는 슈퍼팬이라는 독특한 소비자군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슈퍼팬은 비즈니스적으로 굉장히 우월한 소비자죠. 슈퍼팬은 KPOP이나 엔터테인먼트만의 전유물이 아님은 더욱 자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 또 재밌는 컨슈머x테크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행복한 한 주 되세요!


[참고 아티클]

By moving to podcasts, Harris and Trump are turning away from legacy media to spread their messages
Donald Trump bypassed “60 Minutes,” but he’s sat down with the bros on various popular podcasts. Kamala Harris has similarly appeared on podcasts like “Call Her Daddy” and “All the Smoke.”
Why experts say this election showed the power of podcasts | The Current
Millions of Americans listen to podcasts regularly, and Donald Trumps’ and Kamala Harris’ campaigns tapped in to the platform like never before.